항문외과 진료후기
오늘은 어제 다녀온 항문외과 진료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최근에 헬스장에서 헬스 자전거를 열심히 탔습니다. 걷는 것 대비해서 운동효과가 좋다고 느꼈고 그래서 하루에 30~40분 정도는 탔었던 것 같네요.
그러던 어느날 두둥!!!
의자에 앉았는데 똥을 지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똥을 깔고 앉은 느낌? 이건 뭐지 싶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전혀 지리지 않았더라구요... 그리고 언젠가부터 의자에 앉았을 때 항문의 존재를 내가 느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부터 위기감을 가지고 네이버, 구글을 이용하여 검색을 시작합니다. 여러가지 검색을 해본 결과 방구석의사인 저의 결론은 [항문거근증후군] 이었습니다. 전국민의 약15프로 정도가 겪게되는 병이라더군요.
일단 첫번째로 든 생각은 내가 가지고 있는 증상이 [항문거근증후군]이 맞나...라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헬스 자전거로 인해 그 증상이 생길 수 있나...라는 것이었습니다. 법 관련된 곳은 나라에도 서민들이 소외받지 않게 신경을 쓰는 것 같은데.... 의료 쪽은 이것을 대화로 물어볼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저는 검색을 통해서 방법을 찾았는데...일단 좌욕 이었습니다. 항문거근 증후군이 좌욕을 통해 회복되는 경우가 있다...라는 것이었죠. 검색을 통해 하나 더 재미난 것도 발견했는데 약을 투여했을 때 3분의 1의 환자들은 낫게 되지만 나머지 3분의 2에 해당하는 환자들이 낫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좌욕을 몇일간 시도했고 어느날 잠에서 깨었을 때... 또다시 누워있는 상태에서 항문의 존재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죠. 아....오늘이구나.... 오늘이 병원을 가는 날이구나. 그렇게 해서 동네에 있는 항문병원에 가게 됩니다.
일단 병원의 후기를 읽었는데... 후기가 오락가락 했습니다. 참의사시다라는 후기도 있고 질문만 1시간 해댄다는 둥 결론적으로 자상하다와 민폐다...로 나뉘고 있는 병원 이었습니다. 그리고 원무과의 여직원에 대한 언급도 있었는데 저는 처음에는 원무과 직원 이야기가 왜 나오지? 했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이 불과 몇분 뒤였습니다.
예약을 잡으려고 통화를 하는데 원무과의 직원 목소리가 지나치게 크고 기계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시간 관련된 질문을 하니 바로 다른 사람을 바꾸어 주었습니다. 저로써는 누구를 바꾼 건지 알 수가 없어서 조금 당황 했습니다. 원무과 관련된 일화는 몇개 더 있었는데요....이래저래 해서 7시로 예약을 잡았는데 5시30분쯤 병원에서 전화가 왔고 아까 그 원무과 직원 이었습니다. 원무과 직원은 대뜸 저에게 지금 오고 계시냐고 물었죠. 앜... 1시간 30분이 남았는데....
원무과 직원 관련된 일화가 기억에 남아서 하나 더 이야기 해볼게요. 여차저차해서 7시에 병원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크고 기계적인 목소리가 처음 오세요? 뭐 이런 식으로 마구 묻더라구요... 도대체 어디서 나는 질문인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그 직원이었죠. 보니까 다른 간호사분까지 세분이 앉아 계셨고 저는 포기하지 않고 누가 입을 벌리고 있는지 찾아냈습니다. 바로 그 여직원이었죠.
여자저차해서 의사 선생님을 드디어 만났습니다. 여태까지 단한번도 본 적 없는 의사 선생님이셨는데요.... 일단 질문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하나하나 차례차례 생각해내며 질문에 대답을 했는데 정말 질문이 많긴 했어요. 그리고는 공포의 항문탐구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안하면 안되느냐...고 기죽어서 질문도 해보았지만 꼭 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하긴...진료를 해봐야 병을 찾을 것 아닙니까.....그래서 생애 첫 항문탐구여행이 시작 되었는데요.... 여기저기 손으로 찌르며 여기가 아프냐 저기가 아프냐 질문 하셨고....이 고통은 뭐랄까....민망함이 더해진 생애 최초로 맛보는 고통 이었습니다. 신음 소리가 절로 나왔고 신음 소리를 내는 내가 부끄러워서 민망하고 뭐....그랬죠.
제가 두려워 하니까 의사 선생님이 아이들도 하고 여자들도 한다...라고 저에게 1분만 참으면 된다고 용기를 주셨는데요... 민망하고 희한한 느낌의 고통의 시간이었고 절대로 짧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초음파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아까보다는 조금 덜한 고통의 시간인 것 같긴 했습니다.
진단이 끝나고 의사 선생님은 쉽고 디테일하게 저의 상황을 알려 주셨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내리신 결론은 약간의 치질이 있는 것 같고 그게 헬스 자전거로 인해서 치질주변의 신경 등이 악화 되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약처방을 받았고 비용은 7만원 초반대로 나왔습니다.
방문 전 원무과의 여직원이 5시 30분에게 저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지금 오고 계세요?" 라고 물었었는데...그렇게 묻지 않고 "이따 7시로 잡힌 것 알고 계시죠? 혹은 "이따 오시는 거죠?" 라는 멘트를 썼으면 당황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주변에서 그렇게 알려주면 참 좋을텐데....라는 오지랖 넘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알려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너무 오지랖 넘치는 일인 것 같아서 패스했습니다. 그녀의 행복을 빕니다.
일단 환자 입장에서 비용은 많이 나온 것 같긴 합니다만 항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비교해볼 수가 없습니다. 저만 해도 항문외과는 태어나서 처음 가보기 때문에 이게 비싼건지 싼건지 알 수 없습니다. 검사 전에 이야기를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랬다면 제가 안하겠다고 했을 수도 있죠. 지금 이렇게 물가가 높은 마당에 고작 7만원 때문에 이러쿵 저러쿵 하는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들고....참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항문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이 글이 참고가 되실까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프면 병원을 가야 합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덜 아파요. 민망해 하지 마시고... 귀찮아 하지 마시고....용기와 시간을 가지고 병원으로 가세요. 병원비는 미래의 여러분이 내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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